2년 만에 바뀌어버린 태연의 아티스트 노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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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 새로운 장르에 도전해 보았어요! 새로운 느낌의 태연을 만나보실 수 있답니다!

2024년 : 끝까지 들어주세요. 노래 안 길어요.

어떤 가정에서, 아이와의 대화

아이 : 왜 우리 엄마랑 아빠는 유튜브나 쇼츠랑 인스타그램 같은 걸 못 보게 해요? 내 친구들은 다들 그런 거 많이 보는데. 유튜브는 재밌어요. 나도 보고 싶은데...

부모 : 우리, 며칠 전에 가족 다 같이 모여 앉아 게임 스토리 내용 설명해 주는 유튜브 영상을 하나 보았지요. 기억나요?

아이 : 기억나요. 산나비! 금 준장님께, 경례!

SF 조선 사이버펑크 게임 '산나비'를 AI 실사화로 만든 환상적인 영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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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 : 감상이 어땠어요?

아이 : 너무 슬펐어요. 눈물이 너무 많이 나서 펑펑 울었어요. 마음이 막 갈갈이 찢어지는 것만 같은 슬픔을 느꼈어요. 너무 감동적이라서 심장이 터지는 것만 같았어요. 제 가슴속에서 모든 영화와 만화를 젖히고 첫 번째, 1위의 자리로 올라선 최고의 작품이었어요.

부모 : 원래 유튜브나 쇼츠나 인스타그램 같은 숏 미디어가 발달하기 전에는, 책이나 영상 매체 등 미디어를 제작해서 판매하는 제작사들은 '충분히 완성된 작품'으로 만들어 팔아야만 했어요. 핸드폰이나 텔레비전이 잘 보급되지 않았던 옛날 옛적에는 이런 영상물을 볼 수 있는 곳이라곤 영화관 밖에 없었기 때문에, 제대로 완성되지 않은 작품을 팔아봤자 작품 상태가 개판이라고 소문이라도 나 버리면 절대로 팔리지 않는 불편한 유통구조를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에요. 기승전결(起承轉結)의 구조를 갖추고, 빌드업을 착실히 쌓아 올리며 개연성을 확보하고, 작품의 전개 과정에서 등장인물에 자연스럽게 감정을 이입하게 만들고, 마치 내가 작품 속 주인공이 된 것 같은 느낌을 느껴야만 그 주인공의 감정을 내 감정인 것처럼 생생하게 같이 느낄 수 있는 거지요. 만약 주인공이 그 힘든 모험과 고난과 역경을 겪지 않았다면, 우리가 귀찮고 지루하다고 그 힘겨운 장면들을 모두 스킵해서 넘겨버렸다면, 과연 우리는 마지막 결말 장면에서 커다란 카타르시스를 느낄 수 있었을까요?

아이 : 근데 왜 꼭 우리는 그런 작품들에서 감정을 느껴야만 해요? 꼭 감정을 느낄 필요가 있어요?

부모 : 지금 우리는 옛날보다 훨씬 안전한 사회에서 살고 있지요. 직접 죽음을 대면할 필요도 없고, 웬만한 고통도 직접 겪을 필요 없으며, 어떤 경우에는 큰 기쁨도 느껴보지 못한 채 고립되어 살아가는 사람도 있어요. 우리는 나와 하등 상관도 없는 전혀 별개의 남남인 사람의 고통도 마치 나의 고통인 것처럼 느낄 수 있는, '공감 능력'이라는 초능력을 지니고 있기 때문에 '인간'이라 불리우고, '사람'일 수 있고, '만물의 영장'이라고 스스로 자부할 수 있는 것이랍니다. 우리가 사회를 이루지 않고, 남을 돕지 않고, 약육강식 적자생존 강자만이 살아남는 동물의 왕국 짐승의 세계에서 살고 있었다면, 과연 우리가 '인간'이 될 수 있었을까요? 과연 우리가 사회를 이루어 '사람'이 될 수 있었을까요? 우리가 다른 동물들이랑 다르다고, 우리는 다른 짐승들보다 더 우월한 존재라고 자부하고자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우리 인간을 인간답게 만들어 주는 것은, 다름 아닌 '남을 돕고 위하려는 마음가짐', '인간다운 감정' 그 자체에서 우러나오는 것이랍니다.

아이 : 유튜브 쇼츠랑 인스타 릴스에서 유튜버나 인플루언서들이 막 이상한 짓거리 하고 웃기는 표정 짓고 욕하고 그러는 거 보면 웃기고 빵 터지고 막 재미있어요. 근데 이런 걸 왜 보면 안 된다는 거예요?

부모 : 사회를 이룩하기 전, 우리 인간의 뇌는 자연에서 수십만 년간 예민한 사냥꾼이자 채집가로서 생존해 왔답니다. 당연히 살아남으려면 새로운 자극에 민감하게 반응하도록 진화해야만 했지요. 새로운 자극, 독특한 자극, 신선한 자극을 접하면 우리는 즐거움과 쾌락을 느끼도록 진화했고, 유튜브는 그것을 이용해서 돈을 버는 기업이에요. 엄마 아빠도, 선생님도, 다른 어른들도 잠깐만 정신을 놓으면 유튜브에 푹 빠져서 시간 가는 줄도 모르고 한참 동안이나 핸드폰을 들여다보고 있기 일쑤예요. 그런데, 한창 스스로 머리를 쓰며 뇌를 사용하고, 생각과 사고 과정을 통해 뇌의 시냅스 연결을 활성화 하며 마음의 크기를 늘려나가야 할 성장기의 어린이가, 주목받고 뜨기 위해 안간힘을 쓰면서 자극적으로 행동하고 욕설과 거친 언행을 내뱉는 유튜버들의 행태를 보면, 자기도 모르게 그런 잘못된 말버릇과 못된 행동거지를 스펀지처럼 쭉 빨아들여 흡수해 버리게 돼요. 엄마 아빠는... 우리 아가야가 예쁜 말, 고운 말만 들으며 자랐으면 해요. 아무리 노력해도 언젠가는 욕설을 배우게 되고, 거칠고 험한 말을 습득하게 되겠지만, 유튜브 따위에 패배해서 벌써부터 배울 필요는 없다고 생각해요. 그래도, 욕 안하고, 말을 차분하고 곱게 하는 유튜버 방송은 가끔 일부러라도 찾아서 보여주잖아요?

아이 : 알겠어요. 제가 제 머릿속 생각의 집을 더 크게 지을 때까지는 유튜브를 보는 것은 좀 더 참아 볼게요. 그래도, 가끔은 저랑 같이 마인 크래프트 방송을 봐주세요.

부모 : 그놈의 흑요석이랑 다이아몬드 캐고 엔더 드래곤 잡으러 가는 거 좀 그만 보면 안 되나요?

아이 : 그럼 스키비디 토일렛?

부모 : 혐오스러운 변기통 대가리 보다는 마크가 차라리 낫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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