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늑대가 입으로 바람을 부는 이유 - 아기돼지 삼형제
"Little pig, little pig, let me come in."
"꼬마 돼지야, 꼬마 돼지야, 날 안으로 들여보내주렴."
"No, not by the hair on my chinny chin chin."
"(의역)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을 거예요."
"Then I'll huff, and I'll puff, and I'll blow your house in."
"그럼 내가 숨을 크게 들이마시고 세게 불어서 네 집을 날려버릴 거야."
- 출처 : Jacobs, Joseph (1890). English Fairy Tales. Oxford University. p. 69.
입으로 바람을 불어 아기돼지 삼형제가 지은 집을 날려버리는 이야기는 전 세계 누구나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 왜 하필 늑대는 날카로운 발톱과 이빨을 놔두고 입바람으로 집을 날리려고 하는 걸까요?
그것은 이야기의 기원을 알면 답을 찾을 수 있습니다.
늑대가 입바람으로 집을 날려버리는 이유는 무엇일까?
디즈니의 애니메이션으로 더 유명한 아기돼지 삼형제 이야기는 흔히 잉글랜드의 전통 동화로 널리 알려져 있지만, 그 원전이 되는 이야기는 오래된 게르만 민족의 민담입니다.
구전에 따르면 노르웨이나 핀란드에서 유래했을 것이라고 추측되지만 정확한 출처는 알 수 없습니다.
이 민담을 수집해 기록한 최초의 판본이 1840년대에 영국에서 시작되었기 때문입니다.
북유럽 지역의 신화에는 늑대가 괴물이자 신으로 여겨지는 전설이 많습니다. 생활권역이 일부 겹쳐 늑대와 접촉하는 일이 잦았는데, 영리하고 무리생활을 하는 늑대들은 경외의 대상이 되었지요.
마치 우리나라에서 틈만 나면 사람을 물어가던 무서운 호랑이를 일부 전래동화에서 산군으로 추앙하는 모습과 유사합니다.
특히 게르만 민족들이 공통적으로 믿었던 사실은 늑대의 울부짖음이 강력한 폭풍을 불러올 수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늑대를 경외했던 북유럽 신화의 모티브
북유럽 신화에서 신들의 왕 오딘을 죽이게 될 것이라는 예언을 받은 펜리르라는 늑대가 신들의 꾐에 속아 오랫동안 묶여서 꼼짝도 못 하고 갇혀있게 됩니다.
절대 끊을 수 없는 밧줄인 글레이프니르로 묶인 펜리르의 입에서는 침이 줄줄 흘러 강물을 이루고, 분노에 몸을 뒤틀 때마다 지진을 일으킵니다.
이런 늑대의 신격화된 이미지는 유럽의 다른 지역에서도 널리 퍼져있습니다.
독일에서 전해지는 몇몇 민담에서는 늑대의 울부짖음(Howling, 하울링)이 거대한 눈보라를 불러일으키는 내용이 나오기도 합니다.
격렬하고 매서운 바람을 'Howling Winds 라고 하지요.
늑대에 대한 외경심이 이 단어의 유래일 것이라고 추정되기도 합니다.
강한 바람은 늑대의 울음소리와 비슷하게 들리고, 신화 속에서 늑대의 등장은 '파멸의 전조’로 간주되었기 때문입니다.
그도 그럴 것이 최후의 전쟁, 신들의 전쟁인 '라그나로크'에서 글레이프니르를 끊고 탈출에 성공한 펜리르가 제일 처음 한 것이 신들의 왕인 오딘을 물어 죽인 것이었기 때문입니다.
바람을 일으키는 늑대의 이미지, '늑대=바람'
한국 사람들에게는 돼지의 집을 부수는 데 늑대가 자신의 주 무기인 거대한 몸집이나 이빨, 발톱 등을 이용하지 않고 뜬금없이 효율 나쁘게도 입바람을 불어대는 모습이 어색하게 느껴지기도 합니다.
그러나 늑대에 관한 수많은 전통 구전 설화로 인해 유럽인들의 마음속에 늑대는 '바람'의 이미지와 깊이 연결되어 있습니다.
비바람과 눈폭풍을 불러오는 늑대의 울음소리가 사람들 귓가를 스치는 매서운 바람소리와 유사하게 느껴지고, 어릴 적 들었던 옛날이야기들과 함께 바람을 불러오는 늑대의 이미지를 형성했던 것입니다.
냄새를 들키지 않기 위해 오랫동안 맞바람을 맞으며 포위망을 짜고 결국 사냥감을 잡아내는 늑대무리의 모습은, 그 조직적인 사냥방식을 보며 경외감을 느낀 사람들의 경험담을 통해 전해졌을 것입니다.
그 특별한 경험을 재주 좋은 입담과 과장스러운 표현으로 옮겨내던 이야기꾼들의 말솜씨는 바람을 다스리는 늑대의 이야기를 옛사람들의 마음속에 각인시켰을지도 모르는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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