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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음사 책은 왜 이렇게 어려울까? 세계문학전집을 읽어야 하는 이유
민음사는 1966년 5월 19일에 설립되어 오랫동안 한국인들의 교양을 책임져온 전통있는 출판사입니다.
1976년에 시작하여 약 40여년간 발행되다 2015년을 끝으로 폐간된, 세계의 문학이라는 계간지로 유명합니다.
그중에서도 1998년 이래 지금까지 꾸준히 간행되고 있는 세계문학전집 시리즈는 교양서적에 조금이라도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알고있는 베스트셀러입니다.
그런데, 이 세계문학전집은 그 유명세와 더불어 한권이라도 제대로 끝까지 잘 이해하며 읽은 사람이 별로 없다는 악명을 떨치고 있기도 한데요.
이유는 번역을 할 때 현대적인 말투를 배제하며 의역이 거의 없는 상태로, 상당히 직역에 가깝기 때문입니다.
조금은 독자의 편의성을 위해 부드러운 의역을 사용해 줄 수도 있을텐데요.
민음사 책은 왜 이렇게도 어려운걸까요?
민음사 책 번역은 왜 이렇게 이해하기 힘든 고집스러운 직역을 추구하는 것일까요?
이렇게 읽기 힘듦에도 불구하고 민음사 책을 읽어야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민음사 책은 왜 이렇게 어렵게 번역해 놓았을까?
"그렇게 되었을 때 사람들이 그에게 가하지 않을 수 없는 모든 고통이 과연 무슨 목적이 있으리라는 것이 확실할까?"
- 프란츠 카프카 著 '판결', 민음사
민음사의 책은 의역을 극단적으로 배제합니다.
이게 읽고 이해가 가능한건지 의심스러운 문장도 간간히 보이는데요.
세계 문학을 한국인들에게 소개하겠다는 취지가 무색할정도로 번역 품질이 독자 친화적이지 않습니다.
거의 외국어 단어 하나하나를 그에 가장 가까운 한국어 단어로 치환해 바꿔놓은 완전 직역에 가깝습니다.
"그러나 열 두 살이라고 생각했던 내가 워더링 하이츠와 어렸을 때 친숙했던 모든 것과 그 당시 내게는 없어서는 안 될 사람이었던 히스클리프한테서 억지로 떨어져 나와서 단박에 린튼 부인이며, 드러시크로스 저택의 안주인이며, 낯선 사람의 아내가 되어버린 거지."
- 에밀리 브론테 著 '폭풍의 언덕', 민음사
그렇다보니 문장구조 자체가 한국인들이 흔히 접하기 힘든 이상한 형태를 띄고 있고, 이는 자연스럽게 문장 전체의 이해도가 떨어지는 결과로 귀결됩니다.
잘 읽어 나가다가도 괴상한 형태의 문장이 하나 나타나면 도저히 무슨 말인지 이해가 되지 않아 두번, 세번 다시 읽어야 할 정도로 어려워지기도 합니다.
해체신서를 통해 알아보는 직역 번역서의 중요성
민음사 책 번역의 스타일과 이유를 이해하기 위해 조금 다른 이야기를 해보려 합니다.
해체신서(解體新書)는 스기타 겐파쿠(杉田玄白)라는 일본의 의사가 번역한 일본 에도시대의 해부학 서적입니다.
번역의 대상이 된 해부도표(Anatomische Tabellen)라는 책은 원작자가 독일인으로, 독일어를 네덜란드어로 번역한 책입니다.
독일어→네덜란드어→일본어→한국어, 세 단계의 번역을 거친 셈입니다.
당시 에도막부에서는 쇄국상태에서 오로지 네덜란드만을 교역의 대상으로 삼았기 때문에 네덜란드 책만이 들어왔습니다.
네덜란드는 한자로 화란(和蘭)이라고 표현했습니다.
그런데 저자 스기타 겐파쿠가 원서인 해부도표를 처음으로 얻었을 때, 네덜란드라는 국가는 일본에 널리 알려지지 않았습니다.
네덜란드에 대해 아는 사람이 적다보니 당연히 네덜란드어에 대한 번역 풀 또한 크게 갖춰지지 않은 상태였습니다.
그러다보니 저자는 해부도표를 번역하면서 대부분의 단어를 집요하게 뜻 그대로 직역했습니다.
그 중 대표적인 단어가 유양돌기(乳樣突起, 네덜란드어 Mastoïd proces)입니다.
유양돌기는 한자 그대로 직역하자면 '가슴 모양으로 튀어나온 부분'입니다.
Mastoeides라는 그리스 단어에서 유래되었는데, '여성의 가슴과 비슷한' 이라는 뜻입니다.
그야말로 그 단어가 지닌 뜻을 집요하게 파고들어 있는 그대로 번역한 것입니다.
그러나 상식적으로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유양돌기는 귀의 뒷부분, 두개골에 있는 돌기입니다.
모양이 비슷할 뿐 여성의 가슴과는 전혀 관련이 없습니다.
이렇게까지 있는 뜻 그대로 직역을 해야할까요?
'귀 뒤 돌기' 같은 용어로 바꾸어 의역했다면 해부학을 공부하는 사람들에게 좀 더 쉽고 직관적으로 다가갈 수 있지 않았을까요?
하지만 번역에 대한 많은 논란에도 불구하고 해체신서는 폭발적인 반응을 불러일으켰으며, 네덜란드를 이해하는 학문이라는 뜻의 난학(蘭學)이 일본에서 크게 발달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특히 해체신서는 동아시아 전체에서 현대 의학이라는 거대한 상아탑이 서있는 토대가 되어 현재까지도 모든 의학용어가 이 책을 기반으로 하고있습니다.
이것이 바로 원문에 가까운 번역이 중요한 이유입니다.
세계문학전집 추천 이유는 무엇인가요?
세계문학전집은 세계적으로 유명하고 널리 알려져있지만 한국에 소개되지 않은 책들을 선구적으로 소개하는데 있어서는 살짝 집착적인 광기까지 느껴지는 시리즈입니다.
그렇지 않으면 이렇게 방대한 양의 문학서적들을 가독성과 관계없이 집요한 직역체를 유지하며 꾸준히 발간할 수가 없었을 것입니다.
다만 이러한 시리즈는 국민 전체의 인문교양을 위해 반드시 존재해야만 합니다.
이런 방대한 원문 번역본이 있어야만 번역을 수정하여 더욱 쉽게 다양한 문학에 다가가는 2차 창작물이 나올 수 있겠지요.
만약 이런 원문에 가까운 직역본이 없다면, 과연 대중들이 쓰여진 날 것 그대로의 문장이나 작가의 생각, 작가가 전달하고자 했던 분위기와 의도 및 상황설명을 온전히 접할 수 있을까요?
현대에 맞는 말씨와 단어선정, 우리에게 익숙한 쉬운 문장구조로 의역하는 것은 또다른 문제입니다.
민음사의 세계문학전집은 이런 쉬운 번역서와는 거리가 멀지만, 국내에 잘 알려지지 않은 좋은 문학서적을 빠르게 발굴하고 면밀하게 소개합니다.
일단 대중들에게 널리 알려지는 계기를 만들어주면 가독성 좋은 의역본이 나오기 위한 튼튼한 토대가 되어줄 것입니다.
이를 토대로 읽기 쉬운 어린이용 해석본까지 등장하게 된다면, 우리나라 사람들이 접할 수 있는 세계 문학의 풀이 넓어지는 것이고 이는 곧 국민 전체의 인문학적 교양 상승으로 이어지게 될 것입니다.
세계문학전집 책 목록은 어디서 볼 수 있나요?
민음사는 400권이 넘는 방대한 시리즈로 그 목록을 챙겨보는 것 조차 어렵습니다.
다행히 수많은 책 덕후(?)들이 민음사 책 리스트를 목록으로 만들어 인터넷에 정리해 놓았네요.
세계문학전집 책 목록 - 나무위키 바로가기
링크에서 세계문학전집의 책 목록을 확인할 수 있으니 읽어보고 싶은 책을 골라보세요.
세계문학전집은 근처의 도서관에서도 쉽게 찾아볼 수 있는 저명한 시리즈입니다.
오늘은 느낌가는대로 골라잡은 세계 문학서적 한 권으로 마음을 살찌우는 것은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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