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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있는 예술이야기

너무 예쁘고 아름다운 대나무숲 글.txt

by brilliantkorean 2024. 4. 15.

목차

    너무 예쁘고 아름다운 대나무숲 글.txt

    2018년 고려대학교 대나무숲에 올라온 글입니다.

    고려대학교 대나무숲
2월 13일 오전 9:23
#34826번째포효
나는 과묵한 사람이다
적어도 사람들이 말하는 나는 그렇다
말, 언어, 단어들. 나에게 상처를 주었던 것들.
나는 친척들 손에서 자랐다.
그들은 말로 나의 유년을 토막냈고 폭언을 칼삼아 어린 나를 죽였다.
나는 나를 보호하기 위해 입을 닫았고 자라지 않은 어른이 되었다. 악착같이 공부에만 매달렸다.
딱히 좋아서가 아니라, 매달릴곳이 없어서.
친척들에게 손 벌리고 싶지 않아서 이를 악물고 공부만 했다.
그 결과 좋은 대학에 장학금을 받고 입학 할 수 있었다.
2015년 3월 26일 첫 강의시간 내 옆자리에 앉아 반짝이는 눈으로 인사를 하던 너를 만났다.
매일같이 나타나 조용한 나를 따라다니며 사사로운 질문들을 하고
말하는 것에 익숙치 않은 내가 하는 단조로운 대답들도 경청해 주었다. 너의 목소리로 읊어내는 말들은 겨울 첫눈같이 사박사박해서
소복히 내 마음에 쌓였다
너는 언어를 함부로 다루지 않았다. 다른사람들의 상처를 찾아내려고 애쓰지도 않았다.
    나는 네가 좋아졌다. 누구든 그랬을거야.
사람들은 밝은 너를 예뻐했다.
자신이 아는 사람 중 네가 가장 조용하다며,
그래도 내가 말이 많으니까 너는 계속 들어주면 되겠다 하며
웃곤했다. 너는 옆에 가만히 있는것만으로 나의 상처투성이인 기억들을 치유하는 능력이 있는것 같았다.
거창하게 들리겠지만 너는 나의 취미가 되었고 네가 나에게 주는 언어는 내 삶의 이유가 되었다.
너에게 말해주고 싶었다. 네가 생각하는 것 보다 내가 너를 훨씬 더 많이 아낀다고.
네가 한 때 스치듯 장난같이 말했던 단답이 서운하다는 말
혹여나 나의 다듬어지지 못한 말들에 상처를 받을까 차라리 입을 닫은거라고.
눈이 쏟아지던 어느날 학교 자판기앞에서 커피를 뽑아 코끝이 빨개진 너에게 건네다 나도 모르게 좋아해 말했다.
너는 양손으로 커피를 꼬옥 감싸고는 눈을 동그랗게 뜨고 날 바라봤다.
정적. 눈 내리는 소리.
한참 가만히 서있던 네가 나도 하고 웃었다 네가 웃었다.
그거알아? 네가 웃을 때 안개꽃 오천만송이가 피는거같아.
일기예보에서는 모스크바 보다 추운 날씨라던데
이상하게도 더 이상 춥지않았다.
    나에게 행복이라는 감정을 가르쳐 줘서 고마워.
너도 알다시피 나 말하는 데에는 재주가 없잖아.
누구에게도 받아 본 적 없는 감정이라, 들어 본 적 없는 말들이라, 너를 얼마나 사랑하는지 표현 다 못하는 내가 답답해서 글로 써내려가.
세상에서 가장 예쁜 말들만 골라서 해주고 싶었는데 세상에는 너에게 줄 만한 예쁜 말들이 없어서 매일 고민해.
네가 그랬잖아, 나라면 80살이 된 너도 예뻐해 줄 것 같다고. 그 말을 듣고 처음으로 우리 미래를 그려봤어.
너와 함께라면 인생의 바닥에 있을 때에도 버틸 수 있을 것 같다고 생각했어.
하루 버텨내기 바쁘던 나의 미래가 되어 주어서 고마워. 언젠간 너를 배웅해 주지 않아도 되는 날이 오겠지 수십번 변하는 집 앞 계절의 풍경들도, 나이들어가는 모습도, 크고 작은 기쁨과 슬픔도, 우리만 아는 함께 만들어 갈 습관들,
네가 원한다면 우리를 닮은 작은 사람의 탄생도, 모두 함께 할 날이 곧 올거야.
인생이라는 길 위에 손을 잡고 함께 걷다 네가 넘어지면 너를 업고 걸어가는 사람이 될게.
나는 글쓰는 사람이 아니라 내가 뭐라고 썼는지도 잘 모르겠고 그저 의식의 흐름대로 써내려 간 글이라 결말도 모르겠지만 그냥 너를 많이 좋아한다는 말들인 것 같다.

    사연자의 반려, 전 여자친구 현 아내 분이 쓴 답글.txt

    고려대학교 대나무숲
3월 7일 오전 3:45.
#35275번째포효
안녕하세요 고대숲 여러분!
저는 #34826번째포효 와 #34866번째포효를 쓰신 과묵하신
(?)분의 여자친구입니다.
3년째 매주 편지를 써서 우편으로 보내주던 사람이라 그 소중함에
잠시 익숙해져 있었는데, 댓글 하나하나 읽으면서 제게 주어진
사랑에 더 감사 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어요
이젠 졸업생이지만 그 분이 놀러가신 틈을 타 여기에 답장아닌 답장을 써봅니닷 (조금은 긴 글이 될 것 같군요!)
처음 남자친구를 본 곳은 학교 강의실이였어요
옆자리 남자가 립밤을 꺼내서 바르는데, 보조개가 너무너무 귀여운 거에요!!
이 친구가 처음에는 정말 말이 없었거든요.
그래서 혹시 못 듣는건 아닐까 수화도 몇 가지 외워 놓고
그랬었답니다ㅋㅋㅋ
그러다 시간이 조금 지나니까 조곤조곤 말하더라구요.
처음에는 그 목소리랑 말투가 좋아서, 조금 지난 후엔 이 친구의 생각과 가치관에 반해서 제가 계속 따라다니면서 말걸고 밥먹자고 연락하고ㅋㅋㅋ 그렇게 가까워졌어요
    하루는 저한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며
술도 안마신 대낮에 자기가 자라온 환경과 어떻게 살아왔는지 담담하게 얘기해 주는거에요. 자신은 너한테 한참 부족한 사람이니까 자기 눈에 예쁘지 말라며 ㅋㅋㅋㅋㅋㅋㅋ 그때 이 아이는 내가 책임지고 행복하게 해주고 싶다는 확신이 들어서, 상관 없으니까 마음껏 예뻐하라고 했더니 결국 그 친구가 지금 제 남편이 되었네요 저는 여보라고 부르는데 아직도 그게 쑥스러운지 응 보름아, 해요. 댓글 때문에 보름아 할때마다 겨름이 생각나서 웃겨욕ㅋㅋㅋㅋ 아주 만약에 다투는 일이 생기면 그때는 겨름이라고 부를거래요ㅋㅋㅋㅋㅋㅋㅋㅋ
아 저희는 졸업 당일날 혼인신고 했어요:D
혼인신고서 서류 작성 하는데 눈에 눈물이 그렁그렁 한거에요.
가족은 처음이라 서툴러도 부족한 부분은 더 노력하겠다면서.
본가에 자랑하러 들렸다가 엄마 아빠 남편 저 넷이 또 눈물파티 하고왔습니다ㅋㅋ
결혼식 대신 가까운 지인분들만 초대해서 인사하는 자리를 갖고
남은 비용은 유기견 보호센터에 기부했습니닷:) (사지 말고 입양합시다아)
부모님께서 주신 신혼집 적금은 두분 여행 다니시라고 돌려드렸는데,
남자들의 데이트 겸 좋은 남편 수업이라며 아빠랑 남편이랑 신나서 제주도 1박2일 여행 가버렸어욕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지금쯤 제주도에 있을 여보야 ㅋㅋㅋ 참 신기하지.
호칭 하나 바뀌었을 뿐인데
마음가짐과 책임감이 예전과는 비교도 안되게 커진다는게
그저 종이일 뿐인 혼인신고서가 세상이 될 수 있다는게.
연애하기 전 가족관을 묻는 나의 질문에, 가족이라는거 당신한테는 이루어질 수 없는 행복한 꿈 같다 했었잖아
그 말을 들은 순간부터 내 꿈은 너의 행복한 꿈이 되는거였어. 당신의 조각난 유년을 끌어 모아 함께 다시 예쁘게 맞춰 갈 수
있어서 너무 감사하고 또 감사해 안에 무엇이 들어 있는지 쪼개어 알아내는 것이 아니라 심고 물을 같아
당연하고 작은것에도 감사하고 감동하는 법을 가르쳐 준 사람. 그
주어 키워가며 알아내는 것이 다정의 형태임을 알려준 사람. 너랑 함께라면 가장 어두운 날에도 별이 떠있음에 행복해 할 수 있을 것
앞으로도 서로에게, 그리고 다른 사람들에게 최선을 다해 사랑을 베풀고 나누는 삶을 살아가자!:)

    글자 하나하나 조심스럽게 골라가며 연필 깎아 한 자 한 자 또박또박 눌러 새기듯 쓴 아름다운 글귀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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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 남편과 라오스 여행 갔던 프랑스 누나가 조상님 욕을 한 이유.jpg

    한국 남편과 라오스 여행 갔던 프랑스 누나가 조상님 욕을 한 이유.jpg HTML 삽입 미리보기할 수 없는 소스 아...웃으면 안되는데 너무 웃프네요...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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