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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페스트를 읽으며 반성해 보는 세월호, 이태원 참사
모든 재난에는 전조증상이 있습니다.
그리고 그 전조증상을 편견 없이, 있는 그대로 분석해 대비하면 막아낼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현실에서는 그런 유연한 대처 없이 손 놓고 있다가 결국 최악의 참사가 일어나는 경우가 많지요.
일어날 수 있는 참사를 미리 예상했지만 대처하지 않아 결국 일어나고 마는 것을 우리는 인재(人災)라고 부릅니다.
알베르 카뮈의 소설 페스트 줄거리 요약
알제리 해안에 있는 오랑은 나무가 별로 없는 황량한 항구도시입니다.
의사 베르나르 리외(민음사 번역본에서는 리유)는 길거리에 피를 토하며 죽어가는 쥐가 늘어남을 목격합니다.
사람들은 징그러워하지만 무슨 사태인지 파악을 하지 못하지요.
리외 또한 이상한 일이라고 생각하기는 하지만, 마땅히 설명할 길이 없는 이상사태에 당황하기는 그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러다 갑자기 사람들이 죽어나가기 시작합니다.
종기와 열이 나고 정신이 오락가락하던 사람들은, 갑자기 증세가 호전되나 싶더니 급작스럽게 악화되어 죽게 됩니다. 의사들은 이것이 오래전에 멸종된 줄 알았던 페스트라고 판단하지만 확신을 내리지 못합니다.
그도 그럴 것이, 그들 또한 페스트를 직접 목격한 것은 아니었기 때문입니다.
사태의 심각성을 파악한 리외는 시청과 의사협회에 신속하고 선제적인 대처를 해야 한다고 주장하지만, 페스트라는 무시무시한 질병의 실체가 드러나면 사람들이 얼마나 큰 혼란에 빠질지 걱정한 윗선들은 사태의 책임을 회피합니다. 페스트가 퍼지고 있다는 사실을 공표하는 무거운 자리에 서기 싫었던 것이지요.
결국 사태는 악화될 대로 악화되어 수많은 사망자가 발생한 이후에 급작스러운 오랑시 전면 폐쇄라는 극단적인 봉쇄정책으로 이어집니다.
모든 사람과 물자의 이동이 통제되고 사람들은 죽음의 도시가 된 오랑에 갇혀 살아날 수 있을지 확신할 수 없는 공포스러운 삶을 살아나가게 됩니다.
이 와중에 판사 오통과 신부 파늘루도 환자를 돌보는 등 페스트 방역작업에 합류하고, 오랑에 취재하러 왔다 봉쇄되어 나갈 길만 호시탐탐 기다리던 기자 랑베르도 마음을 돌려 오랑시 사람들을 위해 페스트 구제작업에 함께하기로 결정합니다.
엄청나게 많은 사람이 죽었지만, 페스트에서 해방된 도시는 다시 살아나게 됩니다.
그러나 사람들은 교훈을 얻었습니다.
페스트가 멸종된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 완전히 사라진 것이 아니며 어딘가 숨어있다가 갑자기 다시 나타나 사람들을 휩쓸어버릴 수 있다는 것을 말입니다.
이태원 참사 사망자수는 159명, 우리는 과연 나아가고 있는가?
지난 2014년에 일어난 세월호 참사 사망자수는 304명입니다.
남은 172명의 생존자들은 아직도 고통 속에서 살아가고 있지요.
빠른 상황파악과 제대로 된 구조지시, 체계적인 대응체계가 있었다면 일어나지 않을 수 있었던, 그야말로 인재(人災)였습니다.
그 끔찍한 재난으로부터 불과 10년도 지나지 않은 2022년 10월 29일, 엄청나게 많은 인파가 몰린 이태원 거리 한복판에서 159명의 청년이 유명을 달리했습니다.
할로윈 축제를 앞두고 수많은 인파가 몰릴 것이라는 것을 이미 인식하고 있었으며, 참사가 일어난 골목이 경사지고 막다른 곳이라 위험한 지역이라는 것을 이미 당국은 파악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안전불감증과 무관심 속에 이 모든 위험을 미리 예견하고도 할로윈 행사는 강행되었고, 결국 서울 시내 한복판 길거리에서 백 명이 넘는 청년이 사망하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하고 말았습니다.
이에 대한 책임은 누구도 지고 있지 않습니다.
일부 매정한 사람들은 이태원 참사에서 희생된 사람들이 '놀다가 죽은 것이니 추모할 필요가 없다'는 무섭고도 끔찍한, 매정하기 그지없는 발언을 내뱉습니다.
유족들이 과연 이 발언을 접하게 된다면 얼마나 끔찍한 슬픔을 겪을지 두렵습니다. 너무나도 가슴이 아플 따름입니다.
적극적인 코로나19 방역 대응으로 찬사를 받았던 대한민국
알베르 카뮈는 2차 대전 이전에 프랑스로부터 억압받던 알제리 오랑시의 모습과, 압제자였던 프랑스가 독일 나치제국에 의해 억압받는 입장으로 바뀌며 일어나는 사회상의 변천사를 소설 페스트에 녹여냈다고 평가받습니다.
강압적인 지배자가 자신의 안위와 도시의 혼란 방지만을 생각하며 심각한 사태에 적극적인 대처를 하지 않고 사람들의 안전유지라는 의무를 방기 할 때,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정말 소름 끼치도록 세세하게 묘사해 냈지요.
그리고 그 결과는 대개 파국으로 이어지며, 역사는 반복된다는 것을 여실하게 보여줍니다.
'우한에서 정체불명의 폐렴이 퍼지고 있으며 길거리에서 사람이 쓰러져 죽어가고 있다'는 괴담 같은 이야기가 퍼질 때, 대한민국 방역당국은 그것을 그저 괴담으로 치부하지 않고 선제적인 대처를 해야 함을 알고 빠르게 판데믹 사태를 준비했습니다.
그 결과 우리나라는 전 세계에서 가장 코로나19 사태를 잘 막아낸 나라로 찬사를 받았지요.
반면 이미 모든 정보를 알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안이하게 대처했던 몇몇 나라들은 엄청난 사망자를 내며 코로나19로 인한 인명 피해를 크게 입고 말았습니다.
우리는 생각해 봅니다.
중세시대 페스트 창궐로 인한 대규모의 죽음, 알베르 카뮈의 소설 속 페스트 사태, 이어 최근까지 후유증을 겪고 있는 코로나19 사태에 이르기까지 빠른 사태파악과 대처가 얼마나 중요한지 우리는 이미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과연 우리는 나아가고 있습니까? 더욱 나은 세상이 되었습니까?
우리는 우리 스스로에게 묻는 질문을 멈춰서는 안 될 것입니다.
2023.11.06 - [재미있는 예술이야기] -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소설 개미, 왜 한국에서만 인기가 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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