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탑티어 드라마 작가 김은숙 씨가 말해주는 재능과 노력

대한민국 탑티어 드라마 작가 김은숙 씨가 말해주는 재능과 노력

??? : "배우가 내 대본을 받아 들었으면, 오글거림은 각오했어야 하는 것 아니냐?"

잘 먹고 잘 자고 잘 쉬는 것도 재능이애오... 내 배우자님은 먹는 것에 재능이 없어 매 끼니 소화불량에 시달리고, 난 자는 것에 재능이 없어 매일 밤 불면증에 시달려요...

우리는 우리 스스로도 잘 알지 못하는 재능을 가지고 있을 수 있다

나는 수평과 수직, 평행과 어긋남을 감지하는 감각이 매우 뛰어난 편이다. 평생 이런 능력이 있는 줄도 모르고 살았다가, 원래 하던 디자인 업무의 일환으로 접하게 된 건축 인테리어 일을 하던 도중 우연히 이 재능을 깨닫게 되었다. 넓은 우물 천정에 거실용 사각 조명을 달았는데, 미묘하게 아귀가 맞아 떨어지지 않는 느낌이 들어 십자 레이저를 튕겨보니 천정등이 1mm 시계방향으로 돌아가 있었다. 현장 사람들이 경악을 한 뒤 이런저런 것들을 내게 시험해보기 시작했는데, 보통 수직, 수평에서 1mm 이상 오차가 나면 따로 장비를 대어 보지 않아도 그냥 눈으로, 손가락 촉감으로 간파할 수 있었다.

어릴 적부터 돈 안되는 철학, 문학, 미술, 음악 공부하여 평생 글밥, 소리밥, 그림밥만 먹으며 예술 계통의 삶을 살던 나로서는 정말 상상치도 못했던 의외의 재능이었다. 비록 불의의 사고로 몸이 이곳저곳 부셔져서 다시 그 업계로 돌아갈 수는 없겠지만, 건축계통 일은 정말 재미있었다. 현장에 굳이 붙어있을 필요는 없었지만, 재미삼아 시간내어 기공들을 따라다니며 잠깐잠깐 배워 보았는데, 데리고 다니는 3년차 5년차 10년차 시다보다도 훨씬 능숙하게 일을 해내니 나에게 기술 배워보라고 권유하던 70대 내장 목수, 타일공, 조적공, 미장공 할아버지들이 떠오른다. 말쑥하니 섬섬옥수 손도 곱고 백면서생처럼 생긴 자가 어찌 이런 험한 일을 타고난 듯이 하나를 가르치면 열을 척척 해내냐며 신기해 하면서. 만약 어릴 적부터 몸이 건강하고, 자상하게 가르쳐 줄 스승이 있었다면 건축계통에서 세멘밥 돌밥 흙밥 나무밥을 먹으며 사는 것도 그리 나쁘지 않았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내가 어떤 재능을 가지고 있을지는 '나도 모른다'. 끊임없이 스스로의 편견을 깨 부수고, 직업에 귀천을 두지 않으며 새로운 일에 도전하다 보면 새로운 자신만의 재능을 찾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만약 내 재능과 내가 하고싶은 일이 일치하지 않으면?

김은숙 작가님 말씀대로 쎄가 빠지도록 노오-력하는 수밖에 없지 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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